당뇨병은 중장년층에게 주로 생기고, 30대처럼 비교적 젊은 환자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에 따르면 전체 당뇨병 환자의 3%가 30대며, 30대를 포함한 한국 성인의 13.7%(약 470만 명)은 당뇨병 환자다. 당뇨병 명의인 고경수 부원장(내분비내과 교수)을 만나 젊은 당뇨병의 심각성과 생활관리 수칙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젊은층에서 당뇨병이 왜 생기는지 궁금합니다.당뇨병은 갑자기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50대에 당뇨병이 생기는 사람도 결국에는 20대, 30대, 40대의 생활습관이 원인으로 혈당조절 기능이 점점 망가지는 게 원인입니다. 성인 당뇨병은 유전적인 원인에 더해, 당뇨병이 잘 걸리는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으면 생깁니다. 유전적인 원인은 췌장이 남들보다 튼튼하지 않아,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지는 거죠. 여기에 혈당지수가 과도하게 높은 음식을 즐겨 먹는 등 나쁜 습관이 있으면 인슐린이 혈당을 낮추기 위해 과도하게 분비됩니다. 췌장이 혹사당하는 거죠. 30대에 당뇨병이 생기는 사람은 그만큼 남들보다 몸의 혈당조절 기능을 혹사시켰다고 보면 됩니다.
비만, 운동부족, 과식, 불규칙한 생활 패턴 등이 혈당조절 기능을 혹사시킵니다. 최근 젊은 사람들을 보면 이런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젊은데도 당뇨병이 생기는 겁니다. 똑같은 행동을 해도 자신의 췌장 상태에 따라 당뇨병이 빨리 오기도 하는 거죠. 나쁜 습관을 모두 가지고 있어도 당뇨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개인의 췌장이 얼마나 튼튼하고, 앞으로 그 튼튼한 상태를 유지할지는 현재의 의술로 알기 어렵습니다. ‘나는 지금 비만이고, 운동도 하지 않지만 당뇨병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당뇨병이란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젊은 당뇨병 환자는 중장년층 당뇨병 환자에 비해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합병증 때문입니다. 높은 혈당이 오래 유지되면 혈관이 상하고, 혈액순환이 잘 안 됩니다. 이 때문에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당뇨망막병증, 발에 궤양이 생기는 당뇨병성족부병증,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당뇨병성신부전증 등 각종 합병증이 생깁니다. 당뇨병합병증은 당뇨병을 오래 앓을수록 많이, 심하게 생깁니다. 나이 들어 당뇨병이 생긴 사람에 비해 젊은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자연히 길어지고, 당뇨병합병증이 생길 확률도 높아집니다. 60~70대 환자는 보통 20년 정도 당뇨병을 가지고 살지만, 30대 환자는 40~50년씩 당뇨병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겁니다. 젊은 당뇨병 환자의 관리가 철저해야 하는 이유죠.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 식후 2시간 혈당이 200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하고 정상인 사람은 공복혈당이 70~99mg/dL, 식후 2시간 혈당이 140mg/dL 미만입니다. 젊은 당뇨병 환자는 정상에 가깝게 혈당을 조절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나이가 많은 당뇨병 환자는 정상 혈당을 유지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젊은 당뇨병 환자는 약 복용 및 생활습관 조절을 잘 해주면 상당수가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상 혈당을 유지한다고 해서 당뇨병이 낫는 건 아닙니다. 당뇨병은 완치가 없고, 평생 관리하며 사는 질환입니다. 그러나 혈당이 계속 정상으로 유지되면 당뇨병이 있어도 큰 합병증이 생기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중장년층 당뇨병 환자처럼 약물치료가 중요한가요?
약물치료는 나이와 상관없이 필수입니다. 혈당을 낮춰주는 약을 사용해야 기본적으로 혈당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중장년층 당뇨병 환자와 다른 점은 운동요법에 대한 효과가 크다는 겁니다. 스쿼트·플랭크 같은 운동을 나이가 많은 환자가 따라 하기 쉽지 않죠.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나이가 많으면 심장에 큰부담을 줘서도 안 되는 경우가 많고요. 하지만 젊은 환자는 의지만 있으면 운동도 곧잘 따라하고, 강도 높은 운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에게 운동은 무척 중요합니다. 운동을 할수록 혈당도 소비되고, 근육이 커질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기 때문이죠. 물론 보디빌더처럼 지나치게 근육을 키울 필요는 없습니다.
근육을 일부러 많이 키우려면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데, 이게 당뇨병 환자에게 좋은 식습관은 아니거든요. 운동은 유산소는 매일, 근력운동은 1주일 2회 이상 하면 됩니다. 유산소운동을 할 때는 보통 1시간에 4km 정도를 걸으면 된다고 하는데요, 이게 사실 상당히 빨리 걸어야 합니다. 심장이 적당히 뛰고, 숨이 차야 유산소운동 효과가 있습니다.
운동 외에 어떤 생활습관이 도움이 되는지 알려주세요.젊은 당뇨병 환자는 합병증이 더 잘, 심하게 생길 수 있으므로 혈관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당뇨병합병증은 대부분 혈관과 관련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금주·금연은 필수입니다. ‘젊으니까 괜찮다’, ‘혈당에는 영향이 없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하지만 술·담배는 혈관을 상하게 해요. 술·담배를 즐긴 젊은 당뇨병 환자는 그렇지 않는 사람이 비해 나중에 혈관이 망가지는 게 다릅니다.
젊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습관은 나이가 든 뒤에 바꾸기 쉽지 않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 잔 마시는 사람, 창문 열고 환기하는 사람 있듯이, 꾸준히 운동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건 습관입니다. 30대는 충분히 습관을 바꿀 수 있는 나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가끔 아직 젊으니 약을 안 먹고 싶다고 버티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약 먹어서 손해 보는건 없습니다. 혈당을 내리는 효과도 검증되었고, 안정성도 확실하니까요. 간혹 엉뚱한 식품 등으로 민간요법을 하려는 분도 있지만,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고 약만큼의 효과를 내지도 않습니다. 약은 초기부터 꼭 복용하고, 의료진을 신뢰하면서 당뇨병을 잘 관리하기 바랍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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