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거이의 增內(아내에게)
生爲同室親 [생위동실친] 死爲同穴塵 [사위동혈진] 살아서는 한 방에서 사랑하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히리라
他人尙想勉 [타인상상면] 而況我與君 [이황아여군] 다른 사람도 부부의 도를 지키는데 하물며 그대와 나는 더 할 나위 있겠는가?
黔婁固窮士 [검루고궁사] 妻賢忘其貧 [처현망기빈] 검루는 가난한 선비였으나 현명한 처는 가난을 잊었고
沂缺一農夫 [기결일농부] 妻敬儼如賓 [처경엄여빈] 기결은 한낱 농부였으나 처는 그를 귀빈처럼 공경했다.
陶潛不營生 [도잠불영생] 翟氏自찬薪 [적씨자찬신] 도연명은 생계를 못 꾸렸으나 부인 적씨는 스스로 살림 꾸렸고
梁鴻不肯仕 [양홍불긍사] 孟光甘布裙 [맹광감포군] 양흥은 벼슬살이 물리쳤으나 그의 처 맹광은 베옷에 만족했네.
君雖不讀書 [군수불독서] 此事耳亦聞 [차사이역문] 그대 비록 책은 읽지 못했어도 귀로는 들어 알고 있으리라.
至此千載後 [지차천재후] 傳是何如人 [전시하여인] 천년이 지난 오늘에 그들이 어떠한 사람이라 전하는가를.
人生未死間 [인생미사간] 不能忘其身 [불능망기신]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있는 동안은 육신의 존재를 잊을 수는 없어
所須者衣食 [소수자의식] 不過飽與溫 [불과포여온] 배를 채우고 몸을 가리기 위해 먹고 입어야 하지만,
蔬食足充饑 [소식족충기] 何必膏梁珍 [하필고량진] 배고픔은 나물로 때우면 그만이지 어찌 기름진 음식만 필요하며,
繒絮足禦寒 [증서족어한] 何必錦繡文 [하필금수문] 거친 솜옷으로 추위만 막으면 되지 어찌 비단 옷에 무늬가 필요하겠는가.
君家有貽訓 [군가유이훈] 淸白遺子孫 [청백유자손] 그대 집에 내려오는 가르침에도 청렴결백을 자손에게 전하라 하였으니
我亦貞苦士 [아역정고사] 與君新結婚 [여군신결혼] 나 또한 고지식한 선비로서 그대와 부부가 된 이상에는
庶保貧與素 [서보빈여소] 偕老同欣欣 [해로동흔흔] 모쪼록 가난과 소박함을 지키어 기쁜 마음으로 부부 해로하리라.
백거이의 현존하는 작품 수는 3,800여 수이고, 그 중에서 [비파행琵琶行] [장한가長恨歌] [유오진사시遊悟眞寺詩]는 불멸의 걸작이다.
긴 생애에 그의 문학은 자주 변모하였다.
젊은 날의 낭만주의적인 경향은 지적인 빛을 띠며 이상주의 입장으로 옮겨갔고, 문학의 존재의의를 주장하며 정치와 사회를 비판하다 마침내 정치나 사회 가운데서 개인을 발견하여 자기의 내면을 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는 정형定型의 한계하에서 언어의 온갖 기능을 다 구사하는 창화唱和라는 새로운 형태의 창조에 힘을 기울였다.
그의 시에 일관하는 것은 문학이 인간을 대상으로 하며 의식이나 감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각이었다.
따라서 제재는 경험적이고 언어는 일상성을 띠며, 발상은 심리의 자연에 따르고, 구성은 논리의 필연에 따르며, 주제는 보편적이어서 유려평이流麗平易한 문학의 폭을 넓혀 당唐나라 일대一代를 통해 두드러진 개성을 보여주었다.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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