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이면서도 짧은 작품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문학 장르가 있다. 하이쿠다. 하이쿠는 근세에 일본에서 생겨난 정형시의 일종이다. 길어야 세 줄, 한 줄로 쓰인 작품도 많다. 짧지만 강렬하고, 여운은 깊고 길다.
수행이 깊은 선승 가운데 하이쿠를 통해 깨달음을 전하고자 한 이들도 있다.
영국 시인 에즈라 파운드는 하이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옛날 중국의 어느 시인은 말해야 할 것을 열두 행으로 말할 수 없다면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낫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하이쿠는 그것보다 더 짧게 말한다."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은 17세기의 방랑시인 마쓰오 바쇼다.
류시화 시인이 최근 하이쿠 1370편을 담아 책을 냈다. 제목부터 하이쿠스럽다.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하이쿠마다 자신의 감상을 담은 해설도 적었다.
하이쿠는 반쯤 열린 문이다. 활짝 열린 문보다 반쯤 열린 문으로 볼 때 더 선명하고 강렬하다.대표적인 하이쿠 몇 편을 소개한다.
하이쿠는 생략의 시다.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여백과 침묵으로 마음을 전한다.
하이쿠는 영원 속의 순간을 포착하고 순간 속에서 영원을 발견하는 문학이다.
꽃과 돌의 얼굴에서 심연을 보고 숨 한 번의 길이에 깨달음을 담는다.
어떤 일에나 마음을 간지가혹 견디는데도
어찌하여 눈물이 먼저 알아차릴까
- 시키부 -
나는 떠나고
그대는 남으니
두 번의 가을이 찾아오네
- 부손 –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우산 위의 눈도
가볍게 느껴지네
- 기가쿠 –
혼자의 길이 저물었다.
- 호사이 -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
- 바쇼 –
나는 게을러서
집안청소를 잘 안하니까
- 허핑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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