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0일 금요일

하이쿠, 3초 만에 읽는 시

효율의 시대다. 문학의 향유도 마찬가지다.
감동적이면서도 짧은 작품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문학 장르가 있다. 하이쿠다. 하이쿠는 근세에 일본에서 생겨난 정형시의 일종이다. 길어야 세 줄, 한 줄로 쓰인 작품도 많다. 짧지만 강렬하고, 여운은 깊고 길다.
수행이 깊은 선승 가운데 하이쿠를 통해 깨달음을 전하고자 한 이들도 있다.
영국 시인 에즈라 파운드는 하이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옛날 중국의 어느 시인은 말해야 할 것을 열두 행으로 말할 수 없다면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낫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하이쿠는 그것보다 더 짧게 말한다."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은 17세기의 방랑시인 마쓰오 바쇼다.
류시화 시인이 최근 하이쿠 1370편을 담아 책을 냈다. 제목부터 하이쿠스럽다.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하이쿠마다 자신의 감상을 담은 해설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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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 머리에 하이쿠를 이렇게 소개했다.
하이쿠는 반쯤 열린 문이다. 활짝 열린 문보다 반쯤 열린 문으로 볼 때 더 선명하고 강렬하다.
하이쿠는 생략의 시다.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여백과 침묵으로 마음을 전한다.
하이쿠는 영원 속의 순간을 포착하고 순간 속에서 영원을 발견하는 문학이다.
꽃과 돌의 얼굴에서 심연을 보고 숨 한 번의 길이에 깨달음을 담는다.
대표적인 하이쿠 몇 편을 소개한다.
어떤 일에나 마음을 간지가혹 견디는데도
어찌하여 눈물이 먼저 알아차릴까
- 시키부 -

나는 떠나고
그대는 남으니
두 번의 가을이 찾아오네
- 부손 –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우산 위의 눈도
가볍게 느껴지네
- 기가쿠 –
혼자의 길이 저물었다.
- 호사이 -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
- 바쇼 –
걱정하지 말게, 거미여
나는 게을러서
집안청소를 잘 안하니까
- 잇사 –
  • 허핑턴포스트

船頭小唄(뱃사공의노래)




おれは河原の枯れすすき同じお前も枯れすすき
나는 강가의 마른 억새 당신도 같은 마른 억새
どうせ二人はこの世では花のさかない枯れすすき
어차피 우리 두 사람은 이 세상에서는 꽃이 피지 않는 마른 억새

死ぬも生きるもねえお前水の流れになに變わろ
죽는 것도 사는 것도 그래요 흐르는 강물에 그대 어찌 변할까
おれもお前も利根川の船の船頭で暮らそうよ
나도 당신도 도네강의 뱃사공으로 살아가세

なぜに冷たい吹く風が枯れたすすきの二人ゆえ
이다지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도 마른 억새 같은 두 사람이기에
熱い淚の出た時は汲んでおくれよお月さん
뜨거운 눈물이 흐를 때는 헤아려다오 달님이여

枯れたまこもに 照らしてるいたこ出島のお月さん
마른 줄풀을 비추는 이타코 데지마의 달님이여
わたしゃこれから利根川の船の船頭で暮らすのよ
난 이제부터 도네의 뱃사공으로 살아가겠어